서론
나는 오랫동안 감정과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 분석을 해 왔다. 화가 난다. 짜증이 난다. 기쁘다. 슬프다. 즐겁다 등의 감정만 오랫동안 써 온 나는 특별히 복잡하고 어렵다고 할만한 감정의 세계를 느껴보지 못했다. 감정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내가 20대 후반 무렵 몸이 아프고 나서부터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슬펐다. 비록 죽을만큼 아픈 병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꿈을 위해 달려왔던 시간을 모두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수 있었던 사건이라 나를 너무 무섭고 두렵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병으로 인한 후유증을 받아들이고, 타협했을 무렵부터 나는 나의 깊은 감정에 몰입하게 되었다. 나는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였다. 감정을 잘 풀어서 말할 수도 없었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슬픈일이 있어도 눈물이 뚝뚝, 억울한 일이 있어도 눈물이 뚝뚝, 화가나도 눈물이 뚝뚝 모든 것이 눈물이 되어 흘러나왔다. 그 전까지는 감정을 많이 억압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누군가에게 쉽게 털어놓거나 한 적이 별로 없는 상태로 살아왔었던 것 같다. 그 억압이 이제 눈물이 되어 나타나는 구나…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왜 이렇게 감정적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나의 아픔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내가 경험한 이 세상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아파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나에게 눈물은 나를 치유해 주는 하나의 선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눈물 속에는 감사, 연민, 슬픔, 억울함, 불안 등이 엉켜져 있었다. 그 누구보다 이 감정들을 해석하고 싶은 사람은 나였으며, 이 불확실한 애매모호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해석이 쉽게 되지만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런 나의 눈물을 분석하고 해석한 결과, 내가 정말 좋은 사람임을 깨달아 갔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그것은 나는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지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고, 나는 대신에 정말로 공정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 정직하고 양심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 얼마나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을 주는 사람, 그리고 얼마나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인지 등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론은 나의 그저 얽혀 어렴풋이 있던 감각이 생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완성되었다. 감각적인 느낌으로 그저 받아들이기만 했던 나의 감정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때가 되었을 때 나는 나에 대해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 생각해볼 비온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라는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정을 알아가면서 우리는 배움을 확장한다. 감정은 이성적 사고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오랫동안 배척되어온 것이지만, 이는 분명 이해하고 알아나가야 할 인간이 가진 본능 중의 하나이며, 이를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우리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비온은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했던 것이 아닐까.
본론
(1) 책 요약
비온은 감정이나 경험은 제대로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배움이 된다고 하였다. 인간은 감각과 감정을 매일 경험하고 있지만, 그것을 사고의 과정으로 변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서도 그렇다. 오랫동안 감정에 대해서 탐구하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야 이성적 사고를 통해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사고하는 능력은 단지 태어나면서 바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라 나면서 계속 발달되고 발전되어간다. 비온은 이러한 감각과 감정을 의미있는 사고로 전환시키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알파 기능’이라고 불렀다. 이는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어머니는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면, 아이가 감정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받아들이고, 해석해주고, 이해시켜 주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계속적으로 하다 보면, 그것을 온전히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고를 배워가는 시작이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항상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나 감각이 너무 강하여 사고로 바뀌지 못하고 그대로 있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을 바로 ‘베타 요소’라고 한다. 알파 기능을 통해 사고가 잘 작동을 할 수가 없으면, 베타 요소는 신체 증상, 불안 등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되어진다. 이렇듯, 우리는 감정과 감각을 느끼면서도 많은 정보를 처리하지 못할 때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것으로부터 항상 모르는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확실한 결론이 없다. 이 과정을 잘 견뎌내어 사고를 자유롭게 사고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세상으로 나아가 표현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바로 배움이다. 배움은 모르는 상태에 계속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힘으로 견뎌내어 하나씩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다. 진짜 배움은 내가 모르고 있음을 알고, 모른채 견디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2) 교육학적 시사점
– 배움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소화 과정’이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이기 전에, 학생의 감정과 경험을 소화 가능하게 만드는 조력자이자 촉진자여야 한다. 파커 J. 파머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책에서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교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좋은 가르침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지식의 전달을 1순위로 꼽고 있으며, 객관주의적인 사고가 지식의 구조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머는 선생님으로서 먼저 해야할 일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교사 자신을 먼저 이해하고 소화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 소화의 과정이 있어야 학생들 또한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그들의 감정을 제대로 해석하고 소화할 수 있게 해주며 그때부터 학습이 시작되게 해 줄 수 있다. 교사는 정보 전달이라는 가르침의 목적에서 벗어나 자신을 이해하고 알며, 우선적으로 학생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을 통해 학생들이 감정을 소화하고 배움을 가능하게 하도록 할 수 있다.
–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
비온은 사고의 내용보다는 사고의 능력을 중시하였다. 즉 무엇을 사고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사고하느냐, 왜 그런 것이냐 등의 과정을 더 중시한 것이다. 사고의 내용은 즉,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정적이고 결과중심의 사고를 해 나가고, 정확한 답을 추구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사고하는지, 왜라고 질문하는 것은 배움의 방법적 측면을 더욱더 고려한다.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항상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이런 명확하지 못한 상황을 견디고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방법을 찾아나간다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걸어가기에 항상 잘 모르고, 어떤 것을 해야할지 망설이며,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다. 즉 방법을 찾아나갈 때 그 답은 변화할 수 있고, 언제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모르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유를 확보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즉 그러한 시간은 나에게 순간 순간 정확한 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사고의 과정 행하는 사고의 힘을 느낄 수 있으며, 그것이 삶에 적용된다. 이는 자기주도학습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 교사-학생 관계의 ‘알파 기능’화
교사-학생 관계는 ‘알파 기능’을 실천하는 관계여야만 한다. 즉,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교사가 학생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의미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시 학생들에게 그 감정에 직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계속적으로 반복해 나갈 때 학생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사고로 전환할 힘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감정이 사고보다 먼저 목소리를 내는 경우를 경험해 본적이 있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나는 감정(슬픔, 불안, 분노 등)을 느끼게 되면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부터 흐른다. 감정이 왜 나타나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다른 표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 그때 나는 감정을 사고로 언어로 전환할 힘이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나는 그때의 감정을 다시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이 사고로 전환되지 않으면 일단 내가 어떤 상태인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며,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경험에 의하면 ‘알파 기능’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그 감정에 대해서 분석과 비판, 직면 등을 해 나가야지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교사일 것이며, 교사는 가르치는 선생님이기 이전에 학생들을 보살피는 보호자의 역할을 하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알파기는은 학교에서의 상담교육이나 감정코칭과 같은 작업과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 배움의 장애는 단순한 능력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과잉일 수 있다.
어떤 학생은 ‘못 배워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과잉이 되어 사고가 멈춘 상태일 수 있다. 나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내가 아팠을 때의 경험이다. 나에겐 내가 아픈 일이 너무 큰일 이었는데 그때 너무 많은 감정들을 한꺼번에 느껴졌다. 내가 그때까지 느껴본 감정의 종류들보다 더 많이 느끼고 소화를 못시켰던 경험이 있다. 너무 많고 복잡한 감정을 해석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도 하고, 해석이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 또 자기 검열을 해 봐야 하고, 정확한 감정의 길을 찾으려고 하니 애매모호한 감정의 길을 한번에 건널 수 없고 그 상황을 견뎌내야 해서 너무 어려웠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말을 잃어 버렸다. 말을 하려고 해도 꼬이기만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없고 항상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지식의 구조 앞에 나는 홀연히 무릎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배움을 해 나가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지적 장애가 생긴다면 그것은 그들의 능력부족이 아니라 정말 우리를 구성하는 것 중에 감정이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소화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지 과정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감정이 과잉이 되면 인지 기능이 마비가 되는 경우기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교사가 단순한 설명을 하거나 보충수업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정서적으로 안전하게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해석하고 지지를 해 주는 것을 필요로 한다.
결론
비온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학생의 감정의 과잉에 대한 이해와 그로 인한 사고의 정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배움의 힘을 어떻게 길러주는가?” 우리 나라의 교육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가?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품고 쓴 책이 비온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학생들의 감정과 혼란을 감당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알파 기능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베타 요소는 학생들의 신체를 통해 그 작용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정서적, 관계적 지지를 해 주는 것이 곧 배움의 일환이며, 학생들이 진짜 자기를 만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교육에서 치유가 이루어 지려면, 우리는 정서와 사고가 연결되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그 연결이 가능해지기까지는 ‘모른다는 고통’을 함께 견뎌내야 한다. 비온의 교육은 그저 ‘생산성 있는 학습’이 중요한 것을 넘어 깊이 있는 인간을 성장시키는 교육으로 우리가 나아가도록 한다는데 그 의의를 가진다.
참고문헌
알프레드 비온(2012). 경험에서 배우기(윤순임 외 옮김). NUN.(원제 1962).
파커 J. 파머(2024). 가르칠 수 있는 용기(김성한 옮김). 한문화. (원제 1998).
[영어 요약]
Bion asks us this question: “How does understanding a student’s emotional excess and the resulting suspension of thinking help us cultivate the power of learning?” In our country’s education system, emotions are not regarded as important—then how can students be given a genuine opportunity to truly learn? This is the question that arises. It is with this doubt in mind that Bion wrote the book Learning from Experience. In this book, we learn that it is essential to use the alpha function to help students endure their emotions and confusion and to enable rational thinking. Without this, the beta elements manifest themselves through the student’s body. Therefore, providing emotional and relational support to help students understand and express their feelings is part of learning itself and a way for them to encounter their true self. For healing to take place in education, we must help connect emotion and thought, and this connection requires us to endure together the pain of not knowing. Bion’s vision of education goes beyond mere “productive learning” and holds significance in guiding us toward an education that fosters the growth of a deeply developed human being.
[일본어 요약]
ビオンは私たちにこう問いかけています。”学生の感情の過剰さと、それによって思考が停止することを理解することは、私たちの学びの力をどのように育てるのか?” 韓国の教育では感情を重要視していませんが、そのような中で、学生に本当に学ぶ機会をどのように与えているのでしょうか?この疑問を抱きながら書かれた本が、ビオンの『経験から学ぶ』です。この本では、学生の感情や混乱を受け止め、理性的な思考ができるようにするためには、アルファ機能を活用することが不可欠であることがわかります。そうでなければ、ベータ要素は学生の身体を通してその作用を現します。したがって、学生が自分の感情を理解し、表現できるように、情緒的・関係的な支援を提供することは、学びの一環であり、学生が本当の自分に出会う方法なのです。このように、教育において癒しが実現するためには、私たちは感情と思考がつながるように支援しなければならず、そのつながりが可能になるまで「わからないという苦しみ」を共に耐えなければなりません。ビオンの教育は、単なる「生産性のある学習」を超えて、深みのある人間を育てる教育へと私たちを導くという点に意義を持ってい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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